Sound Plex/사랑을 말하다
사랑을 말하다 - 지붕 위 돗자리
울트라딸구
2011. 1. 30. 22:16
말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거죠.
말하기 시작하면 다 이해받고 싶어할테니까..
그래도 약속을 지키겠다고
내옆에 나와서 앉아 있긴 있는데.
내가 무슨말을 하면
한박자씩 늦게 대답하고
내가 웃긴 말을 해도
아. 아, 예.
그러다가 가끔은 대답도 없고.
어딜갔나해서 쳐다 보면
몸은 내옆에 있는데 표정은 텅 비어있고
눈동자에는 구름같은게 끼어있고
그런 사람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자기도 애쓰고 있는데
거기다대고
왜 니 마음이 아직 여기까지 못왔어?
왜 니 사랑이 내 사랑보다 이렇게 형편없이 작아?
그러면 안되잖아요.
나는 좀 기다려 보기로 했어요.
내 방에서 창밖을 내다 보면요.
어느집 슬레이트 지붕위에 여름용 돗자리가 널려있거든요.
여름이 끝날 때 쯤 한번 제대로 말리려고 올려놓은거 같은데
집주인이 잊어버렸는지 그 돗자리 거기서 한달째 그러고 있어요.
비가오면 맞고.
해가오면 다시 또 마르고.
저러다 썩으면 어쩌나 싶어서
엄마한테 한번 이야기를 했거든요.
저 집주인한테 말해줘야 되지 않을까
저러다 저 돗자리 다 상하겠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막 웃으며 그러시대요.
그냥 두라고
비 몇번 맞는다고 금방 상할거면
어차피 못쓰는거라고
내 사랑이 그 돗자리보다 못할 것같진 않아요.
젖었다 말랐다 젖었다 또 말랐다.
좀 견디다 보면 돗자리도 나도 보송보송 해질날이
언젠가 오겠죠.
나는 좀 기다려 보기로 했어요.
오늘 푸른밤 소리없는 기다림으로
사랑을 말하다.